짧은 이야기

■ 짧은 이야기 (김용택, 1948~) 사과 속에는 벌레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. 사과는 그 벌레의 밥이요, 집이요, 옷이요, 나라였습니다. 사람들이 그 벌레의 집과 밥과 옷을 빼앗고 나라에서 쫓아내고 죽였습니다. 누가 사과가 사람들만의 것이라고 정했습니까. 사과는 서러웠습니다. 서러운 사과를 사람들만 좋아라 먹었습니다. - 1998년 시집 <그 여자네 집> (창작과 비평사) *충주 전원주택에서 정착해 살면서 집 안팎에서 붕붕거리며 날아다니는 벌들이나 수많은 개미들, 그리고 틈나는 대로 제거해도 잽싸게 거미줄을 쳐 놓은 거미들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. 개미만 해도 처음에는 데크에서 돌아다니는 놈들을 밟거나 에프킬라를 뿌려 죽이기도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땅의 본래 주인은 대대손손(?) 이곳에 살아온 개미였을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더군요. 그래서 지금은 가급적 그냥 내버려 두려고 합니다.
이 詩도 이와 유사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데 자연에 대한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풍자하는 일종의 우화 형식의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.
이 작품은 ‘사과’와 ‘벌레’ 및 ‘사람’의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하되 주인공은 단연 사람이 되고 있습니다. 벌레에게 사과는 ‘밥, 잠, 옷이자 나라’인데 사람들은 사과를 독차지하기 위해 벌레를 쫓아내고 죽이는 것을 너무도 당연시하기 때문입니다.
현 시대는 인간 위주의 사회이므로 사과나 벌레는 모두 인간을 위해 존재하고 있으나 시각을 달리하여 동등한 존재로 본다면 더불어 공생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, 정말 재미지고 참신하지 않은가요?